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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일본에서 먹는 이야기

[오사카] 텐진바시, [토리야 타치바나] - 정성, 분위기, 맛 모두 완벽한 야키토리

by TastyTravel 2023. 2. 4.

도 멋진 야키토리집이 물론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일본에 가서 안 먹을 수는 없죠.

저렴하고 푸짐한 스타일, 저렴하기만 한 스타일, 손질과 부위에 공들인 스타일, 프렌치/이탈리안과 접목한 스타일 등등 정말 갖가지 컨셉과 취향이 있습니다만...

이날 간 가게는, 손질과 원재료의 퀄리티에 더하여 약간의 변주도 더한.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지만 결정구는 변화구도 여럿 같춘 투수 같은 느낌이었네요.

[토리야 타치바나] 입니다.

Tachibana

일본 〒530-0041 Osaka, Kita Ward, Tenjinbashi, 3 Chome−11−5 辻ビル 1F

가게가 원래는 꽤 오래된 곳이라고 하는데, 리뉴얼하면서 좀 세련된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야키토리 하나하나는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250~350엔 정도면 가로수길이나 강남, 홍대 야키토리집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이죠.

반대로, 음료는 좀 가격대가 있는 편입니다.

재미있게도 생맥주는 하트랜드가 있네요.

야마자키, 타케츠루, 히비키 하이볼의 무시무시한 가격이 눈에 띕니다.

일품요리나 회 종류도 있습니다.

닭가슴살이나 닭 간 회는 흥미는 있지만 아무래도 외국에서 탈이 나면 뒷일이 무서워서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모둠 츠케모노를 주문했습니다.

야키토리가 구워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짭짤한 채소절임에 술 몇 잔 홀짝이면서 기다리는 게 좋죠.

먼저 5종 모둠 (1,200엔) 을 주문했습니다.

염통.

그렇게 좋아하는 부위는 아닙니다만, 칼집 넣어 펼쳐 구운 건 마음에 듭니다.

선도는 최고. 전혀 거북한 느낌이 없습니다.

연골.

살을 넉넉히 붙인 연골입니다. 연골의 식감과 고기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꼬치.

똥집(모래집) 입니다.

이쯤에서 '아 이 가게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꽤나 두툼한 닭똥집인데, 정말 절묘하게 잘 구워냈더라구요.

염통에서 느꼈던 선도도 마찬가지로 좋았고...그리고 소금간도 과하지 않았습니다.

가슴살에 우메시소.

가슴살을 촉촉하게 굽고 그 위에 매실(우메) 소스와 잘게 썬 시소 잎을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가슴살은 '맛없는' 부위이니만큼 소스로 약간 킥을 주는 게 잘 어울리긴 하죠.

그래도 이 닭가슴살은..'맛이 없는' 부위긴 하지만 '맛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촉촉하게 구워낸 실력 자체가 대단했어요.

세세리(목살)

식감과 기름기 모두 특이한 부위죠.

여기쯤까지가 모둠 5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서부터 '객단가의 차이'를 보여주게 됩니다.

직원 분이 주문도 받고 굽기도 하던 상황에서, 추가주문이 들어가면서부터 사장님이 조금씩 말을 섞기 시작합니다.

네기마. 닭다리살과 파 조합은 늘 옳습니다만...

다리살의 두께와 굽기 상태가 진짜...예술적입니다.

노릇한 껍질과 그 아래의 지방, 촉촉한 살코기...

테바사키(날개). 생긴 게 왜 이렇지? 싶을 수 있지만....

뼈를 다 손질해 냈습니다.

순살 닭날개라니 이건 솔직히 반칙이죠.

일본주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풍부한 향이 좋은 토요비진...

이쯤부터, 갑자기 사장님의 추천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메뉴판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별도로 손질해 둔 부위가 있다면서 말이죠.

손질한 고기가 담긴 접시를 꺼내서 몇 가지 부위를 한참 설명해 주셨는데,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다 주세요' 라고 간단히 답했고, '정말요?' 라고 한 번 반문한 뒤 사장님이 팔을 걷어붙이더군요.

토리하라미. 그러니까 '닭 안창살' 이 되는 셈인데...

닭의 횡격막에 해당하는, 내장을 감싸고 있는 부위이고 한 마리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기에는 허여멀건해 보이지만, 꼬들한 식감과 육즙, 진한 고기맛이 느껴졌습니다.

껍질.

이거야 뭐 맛없기가 힘든데...

바싹 구워서 기름기 쪽 빼내서 바삭한 게 참 좋았습니다.

살짝 다른 게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한 햄카츠.

정확히는 '운젠 햄카츠' 인데...운젠 햄은 나가사키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기름기가 적당히 섞인, 살라미 같은 느낌의 햄이었습니다. 머스타드와 잘 어울렸네요.

개인적으로는 튀기기보다는 얇게 썰어 바싹 구워서 쌀밥과 먹고 싶었네요.

추천부위 그 두번째, 즈리토로입니다.

닭똥집(스나즈리) 근처의 살 중 기름기가 많은 부위(뱃살, 토로) 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에게는 조금 기름기가 과한 느낌이었네요.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추천부위 세번째, 즈리엔가와.

즈리(스나즈리, 닭똥집) 의 가장자리에 붙은 살 (엔가와, 생선의 경우에는 지느러미살) 이라고 합니다.

살코기와 닭똥집의 중간적인, 꼬들하지만 닭똥집만큼은 아닌 그런 식감과 감칠맛이 좋았습니다.

츠나기. 추천부위는 아니고 메뉴에 있는 부위인데...

닭 염통과 간을 잇는 부위라고 합니다.

이 부위도 탄력 있는 식감이 맘에 들었습니다.

껍질(소스)

역시 기름기가 강한 부위이다 보니, 양념구이도 잘 어울립니다.

아마 사장님은 이쯤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럴 리가 없죠.

츠쿠네 3종을 한꺼번에 주문했습니다.

츠쿠네 자체는 모두 같은 물건입니다만, 노른자, 치즈, 소금....

전부 다 맛있었습니다. 예쁘게 모양내기보다는 큼직하고 투박한 츠쿠네입니다.

다음은 소리레스...

정말 처음 듣는 부위라서 물어보니, 닭다리살 중에서도 허벅지와 몸통을 잇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맛은 닭다리살인데, 살짝 더 식감이 강한 느낌이네요.

평소 치킨을 먹을 때 분명히 먹은 적 있는 부위일 텐데, 이렇게 부위별로 손질해 놓으니 좀 다른 느낌이 납니다.

다음은 아마 본지리(꽁지살) 이었던 거 같은데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소스보다는 소금구이가 좋은 가게입니다.

다리살을 하나 더 추가.

계란말이도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걸 만드는 걸 보다 보니 맛있어 보여서 주문했습니다.

육수가 듬뿍 들어가서 부드럽고 감칠맛 도는 게 안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마무리로, 표고버섯 오븐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정말 큼직한 표고버섯을 하나, 소스 뿌려서 구워냈습니다.

이쯤 되면 고기보다 못할 게 없죠. 완벽한 안주입니다.

완벽한 저녁식사였습니다.

음식, 술, 서비스 모두 불만을 가질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네요.

다음에 오사카에 가게 되면, 굳이 새로운 야키토리집을 개척하기보다는 여기에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P.S. 혼자 만 엔 넘게 먹고 마셔서 그런지, 다른 손님들이 집에 갈 때와는 다르게 사장님이 직접 감상도 묻고 배웅도 해 주시더라구요.

객단가의 차이란 게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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