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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일본에서 먹는 이야기

[도쿄] 신바시, [타치구이스시 아키라] - 다리 아플 틈도 없는, 맛있는 입식 스시집

by TastyTravel 2023. 7. 6.

과장 조금 보태서, 일본은 뭐든 서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가게가 있다고들 하죠.

(서서 먹는 프렌치는 망했지만...)

스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하기보다, '서서 먹는 음식' 중에서는 꽤나 주류에 속합니다.

신바시의 어느 건물 지하에, 꼭 가 보고 싶은 입식 스시집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타치구이스시 아키라] 입니다.

Tachiguizushi Akira

일본 〒105-0004 Tokyo, Minato City, Shinbashi, 3 Chome−8−5, Le Gratteciel, 号 B1

사실 이 곳은 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가게 입구를 못 찾아서 못 간 적도 있고 그렇습니다...

점심때는 줄을 서서, 매시 정각마다 1회차 2회차...하는 식으로 정시 입장으로만 손님을 받는다고 합니다만,

제가 찾아간 저녁 영업 때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대기가 없는 게 기적일 정도인 곳이라, 저는 이 날 운이 좋았네요.

당연히 전석 스탠딩, 한번에 7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대기손님이 있을 경우에는 오더는 단 한번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있네요.

또, 향수를 뿌린 손님의 입점은 거절한다고 합니다.

음료 메뉴는 이렇게 카운터에 붙어 있고...

술값은 좀 나가는 편이긴 합니다. 스시야가 다 그렇긴 하지만요.

이렇게 종이에 먹고 싶은 메뉴 갯수를 적어서 주문하면, 알아서 순서대로 내어 주십니다.

콘부지메한 시로에비.

두 점 주문했는데, 한 점은 간장으로, 한 점은 소금으로 내어 주는 섬세함이 멋집니다.

달콤하고 살살 녹는 새우의 맛...

아, 그리고 적초를 써서 샤리 색이 살짝 진하게 나옵니다.

오징어.

쫀득하고 달큰한 한 점입니다.

이쯤에서 슬슬 주인분과 대화를 트기 시작했는데...

슬쩍슬쩍 제 쪽을 보더니, 이 한 점을 올려 줄 때 갑자기 '오징어' 라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집어먹고서는 '역시 대충 봐도 국적은 알 수 있나봐요?' 라고 했더니 씩 웃으시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지만, 초밥 재료 이름만은 설명할 수 있다고 하시길래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한국에서도 잘 설명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더 고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때부터 슬슬 다른 손님들도 한둘씩 들어오기 시작...

시마아지(줄무늬전갱이)

탄탄한 식감이 느껴졌던 광어.

아카미.

중뱃살. 이거야 뭐 살살 녹죠.

아카미 즈케.

재미있게도, 와사비 대신 카라시(겨자) 를 넣은 초밥인데 이것도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리고 금눈돔.

진짜...진짜 맛있었습니다...기름기나 감칠맛이나...

전어. 철이 아닌데도 고소하네요.

홋키가이(북방조개).

대체 이 사이즈는...

꼬들하고 달콤합니다.

이건 사실 잘못 나왔는데 그냥 먹고 돈 내버린 아카가이 (피조개)

와 피조개가 이렇게나 달고 비린 맛 하나 없이 상쾌한 '바다냄새' 만 날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

금눈돔 하나 더.

보라성게.

이것만 해도 엄청 맛있었습니다만...

다시 광어로 쉬어 준 다음...

말똥성게.

사진이 이 모양인 이유는, 넘칠 듯이 얹어서는 직접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시기 때문입니다.

바로 서둘러 입에 집어넣었는데...와 진짜 한 점에 만원 넘는다는 게 바로 이해가 가는 맛입니다.

이게 성게지.

하마구리(백합) 도 맛있는데, 성게 다음에 먹으니 좀 가려지는 느낌.

양이 좀 아쉬워서 다시 오징어 하나.

마무리로는 슈토 (젓갈) 하나 시켜서 남은 술 비우고 나왔습니다.

추가주문도 많이 했고, 술도 이것저것 마셔서 한 2만엔 정도 나온 것 같네요.

재료 좋고, 고집도 있지만 서비스도 확실하고, 또 친근하고.

다른 손님들과 가볍게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고. 여러가지로 너무 마음에 드는 가게입니다.

이 날은 작은 해프닝도 하나 있었어요.

광어 지느러미 초밥이 딱 두 점 나온다고 했는데, 먹고 싶어하는 손님은 7명.

...결국 7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주문할 사람을 정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먹지는 못했지만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는 꼭 다시 갑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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